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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상반기 제3강] 백성에게 친권을 행사하시는 하나님 - 하나님의 정의와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
 최형묵    | 분류 :   | 2017·05·24 21:58 | HIT : 277 |
https://www.facebook.com/hyungmook.choi/videos/1977689099128617/
살림 인문교양강좌 2017년도 상반기 강의
주제: 하나님의 주권과 인간의 권리 - 국민주권 시대에 다시 읽는 성서
강사: 최형묵(천안살림교회 담임목사)


제3강(5/24) 백성에게 친권을 행사하시는 하나님 - 하나님의 정의와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


1. 정의(正義)는 인간의 삶에서 무엇이 과연 옳은가 하는 문제, 다시 말해 옳고 그름의 문제를 따지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이 자각적인 물음을 던지기 시작하면서부터 제기된 물음이라 할 수 있다. 그 옳고 그름의 문제는 시대에 따라 문화적 맥락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그 해법이 제시되어 왔다. 그에 대한 물음은 어떤 시대나 문화권 안에서도 포기된 적이 없을 만큼 보편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그 점에서 인류는 ‘정의 공동체’라 불릴 만하다. 한마디로 말해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이 타자와의 정당한 관계를 설정하고자 하는 가치로서 정의는 의의를 지닌다.

2-1. 그리스-로마로부터 비롯되는 정의의 요체는 나에게 유익한 것이 타인에게 해가 되지 않도록 ‘응분의 몫’을 나누는 것으로 간주된다. 이 때 응분의 몫은 일정한 자격과 업적을 따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비례적 정의’로서 분배정의의 원리는 그 요체를 잘 드러내주고 있다.
2-2. 비례적 정의에서 응분의 몫을 분배하는 데 그 기준이 동일할 경우 문제가 간단하지만 그 기준이 서로 다를 경우 복잡한 문제가 발생한다. 예컨대 어떤 사람은 돈으로 기여하고 어떤 사람은 노동으로 기여했다면, 두 가지 기여를 어떻게 비교해야 하는지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여기에서 공동체의 목적, 공동선의 문제가 제기된다.

3. 정의(정의)에 관한 한 성서만큼 풍부한 자산을 갖고 있는 다른 경우는 없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데 성서적 정의는 그리스-로마의 비례적 정의와는 확연히 구별된다.
3-1. 성서에서 정의는 일차적으로 하나님의 신실함과 관련되어 있다. 따라서 인간의 편에서 그 정의는 신실한 하나님에 대한 신실한 인간의 도리를 말하는 것이다. 이 때 정의로 번역되는 히브리어 ‘체다카’(zedakah)는 좁은 의미의 정의만을 뜻하지 않고 매우 포괄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것은 신실한 인간의 실존을 형성하는 모든 것, 곧 평화, 해방, 속죄, 은총, 구원 등을 포괄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성서의 정의는 인간에게 베푸는 신실한 하나님의 행위에 상응하여 인간들 사이에서 온전한 관계를 이루는 것을 뜻한다. 성서의 정의는 어떤 객관적 척도를 따른 선행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하나님과 인간의 온전한 관계에 근거하여 인간 상호관의 관계를 온전히 하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관계적 개념에 해당한다.  
3-2. 성서에서 신실한 하나님의 구원행위로서 정의는 억압받는 백성을 선택하여 그들과 약속을 맺는 것을 출발점으로 한다. 이집트에서 노예로서 정당하지 못한 대우를 받던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의 선택으로 구원의 해방에 이르게 되고, 이로부터 하나님을 따르는 백성은 하나님의 신실함을 자신들의 인간관계 안에서 구체화해야 할 의무를 짊어지게 된다. 성서는 일관되게 억압받는 백성을 해방한 하나님의 신실한 행위를 환기하며 사람들 사이에서 이뤄져 할 정의를 강조한다.
3-3. 출애굽 사건의 맥락에서 제시되는 계약법전(출애 20:22~23:33)은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함으로써 정의를 이룰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 정신은 이후 신명기 법전(신명 12~26장)과 성결법전(레위 17~26장) 등에서도 재삼 확인되고 있고 예언자들의 선포에서 또한 반복되고 있다. 그 정신은 “가난한 사람이 복이 있다. 하나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누가 6:20~21)라는 예수의 선언에 이르기까지 일관된다.
3-4. 성서의 법전들(계약법전 / 신명기법전 / 성결법전)은 내용과 형식상 고대근동의 대표적 법전들(주전 3,000여 년경 수메르의 관습 / 주전 7세기의 함무라비 법전 / 그리고 후대의 로마법)과 유사한 면을 담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모방에 지나지 않은 것이 아니고 이스라엘의 고유한 사회적 상황과 의식이 반영되어 있다. 예컨대 대개 고대의 법전이 가난한 사람, 약한 사람에 대한 보호 장치를 규정하고 있지만 사실 기존의 위계적 사회질서를 온존하는 범위 내에서의 장치라면, 성서의 법전은 기본적으로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 앞에서 한 형제라는 전제를 두고 있고 특별히 약한 사람들에 대한 보호를 시혜를 넘어서는 하나님의 친권 행위라는 차원에서 강조하고 있다. 한마디로 ‘율법은 가난한 사람들의 권리’를 말한다. 성서의 법전의 그와 같은 성격은, 앞서 말한 대로, 이집트에서의 억압과 그로부터의 해방이라는 역사적 경험과 직결되어 있다.

4. 구약성서의 대표적인 세 법전은 줄거리상 출애굽의 여정에서 주어진 것으로 기술되어 있지만, 각각 고유한 시대적 배경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계약법전은 가나안 정착의 초기 시대(주전 12세기)를, 신명기법전은 고대로 소급되는 요소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히스기야 왕 시대(주전 8세기)를 반영하고 있으며, 성결법전은 군주시대 말기의 관습법이 유배시대에 집대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4-1. 계약법전에서 하나님은 철저하게 가난한 사람들의 편을 들고, 그들에게 친권을 행사하는 분으로 나타난다. 이는 성서의 정의가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 주고 있다. 그 구체적 목록들은 다음과 같다: 1) 종에 관한 법(21:2~11), 2) 폭력에 관한 법(21:12~27), 3) 소유자의 책임(21:28~36), 4) 배상에 관한 법(22:1~15), 5) 여성의 권리에 관한 법(22:16~17), 6) 약자보호법(22:21~27), 7) 도덕과 종교에 관한 법(22:18~20 / 28~31), 8) 공정한 재판에 관한 법(23:1~9), 9) 안식년과 안식일에 관한 법(23:10~13), 10) 세 가지 절기에 관한 법(23:14~19), 11) 약속과 지시(23:20~33).
4-2. 신명기법전이 바탕에 깔고 있는 하느님의 주권은 백성들 사이에서 이뤄져야 할 정의의 근거였으며 따라서 왕권의 횡포에 대한 방패막이였다. 이 법전은 불평등의 심화와 빈곤의 구조화를 심각하게 반영하고 있으며(15:11), 그에 대한 개혁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 구체적 목록은 다음과 같다: 1) 가난한 사람을 보호하는 법 ① 십일조(14:22~29; 26:12~15), ② 추수할 때 남겨두어야 하는 가난한 사람들의 몫(24:19~21 / 23:25~26), ③ 고리대금과 담보의 엄격한 제한(15:7~11; 24:10~11; 24:6; 24:12~13; 17;15:1~3), ④ 노동자의 권리 보호(24:14~15), ⑤ 노예해방과 도망 노예의 보호(15:12~18; 23:16~17), 2) 하나님의 주권에 입각한 정치적 권력의 제한(17:14~20), 3) 평등한 질서의 보존을 위한 가족보호(21:15~17; 18~21; 22:13~30; 24:1~4; 24:5; 25:5~10; 11~12 등), 4) 이스라엘 공동체의 정체성 보장을 위한 예배(6:20~24; 8:12~18; 26:5~9).
4-3. 성결법전은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바탕으로 한 사회윤리로서 성격을 띠고 있으며, 특별히 분배정의를 강조하고 있다. 그 법전의 구체적 목록은 다음과 같다: 1) 가난한 사람들의 권리 보장(19:9~10; 25:23), 2) 노동자의 권리(19:13~) / 장애인의 보호(14) / 재판의 공정성(15) / 이웃의 생명을 위태롭게 해가면서까지 이익을 보려는 행위 금지(16), 3) 안식년(25:1~7), 4) 희년법(25:8 이하).

5. 구약성서 예언자들은 하나님의 정의가 인간사회의 정의로 구체화되어야 한다는 것을 일관되게 선포하였다. 이 때 인간사회의 정의는, 여러 법전의 정신들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을 최우선의 과제로 하였다. “너희는, 다만 공의가 물처럼 흐르게 하고, 정의가 마르지 않는 강처럼 흐르게 하여라.”(아모 7:24)라는 말씀은 예언서의 그 정신을 단적으로 드러내준다.  

6. 예수께서는 가난한 사람들을 하나님 나라의 주인공으로 선포하였으며(누가 6:20~21), 자신과 사회적 약자들을 동일시하였다(마태 25:31~46). 하나님 나라에 대한 예수의 가르침 가운데 포도원 농장 비유(마태 20:1~16)는 성서적 정의 개념의 압권에 해당한다.  

7. 바울의 인의론(認義論)은, 성서가 말하는 하나님의 정의, 동시에 땅에서 구현해야 할 인간의 정의가 그 어떤 업적을 전제조건으로 하지 않고 누구나가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기본 생활상의 요구를 충족시켜 주는 것을 일차적인 요건으로 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뒷받침해 준다.

8. 성서는 기본적으로 부와 가난을 상관관계로 보고 있고 가난한 사람들의 정당한 몫을 보장하는 것을 정의의 실현으로 보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의 정당한 몫은 기본적인 생존에 필요한 몫으로, 성서는 어떤 경우이든 그것이 필수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을 가르친다(필요의 충족, ‘일용할 양식’의 충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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