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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상반기 제8강] 거류민의 해방 - 이주민의 권리
 최형묵    | 분류 :   | 2017·06·28 22:24 | HIT : 284 |
https://www.facebook.com/hyungmook.choi/videos/1998396287057898/
살림 인문교양강좌 2017년도 상반기 강의
주제: 하나님의 주권과 인간의 권리 - 국민주권 시대에 다시 읽는 성서
강사: 최형묵(천안살림교회 담임목사)

제8강(6/228) 거류민의 해방 - 이주민의 권리


1. ‘거류민(居留民)’은 사전적 의미로 ‘남의 나라 영토에 머무는 사람’을 뜻한다. 그러나 오늘날 거류민은 좁은 의미에서 그 사전적 정의에 부합하는 이들을 포함하여 여러 형태로 존재한다.      
1-1. 2016년 기준으로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200만 2천명에 달하고 그 가운데 91일 이상 장기 체류자는 148만 2천명에 달한다. 한편 2017년 3월말 기준 비전문 취업 및 방문 취업 외국인은 약 51만 명에 달하고, 여기에 비자가 만료된 미등록 이주자까지 합하면 이주노동자는 70~8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이주노동자는 노동기본권은 물론 인간으로서 기본권을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1-2. 전 세계적으로 ‘한인/코리안 디아스포라’는 대략 600만 명에 달하며, 이는 민족 단위로 디아스포라 인구 비율을 볼 때 매우 높은 수준에 해당한다. 코리안 디아스포라 가운데 특별히 그 역사적 사연으로 ‘조선족’, ‘자이니치(在日) 코리안’, ‘고려인(카레이스키)’은 매우 착잡한 문제의 상황 가운데 있다.
1-3-1. 국제연합(UN) 난민기구에 따르면 2016년 전쟁과 박해로 집을 잃은 이주민 수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 세계 113명 중 한 명이 집을 잃은 난민, 난민신청자, 혹은 국내 실향민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강제 이주민 수는 2016년 말 기준 66,500만 명에 이른다. 550만 명의 난민이 발생한 시리아가 세계 최다난민발생국이었지만 2016년에는 7월 재개된 남수단 내전으로 많은 난민이 발생했다. 전 세계 난민의 절반은 어린이며, 7만 5,000명이 넘는 미성년자가 보호자 없이 홀로 난민지위를 신청했다.
1-3-2. 우리나라에는 2016년 말 기준 난민신청 후 그 결과를 기다리는 사람이 6,861명으로 집계되었고, 전년도까지 누적된 난민·인도적 체류자는 1,463명, 대기자는 5,442명이다.
1-4. 지금까지 남한에 입국한 탈북자가 2만 7,000여 명에 이르고 있다.  
1-5-1. 이 밖에도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소수인종(ethnic minority)’, ‘소수민족(national minority)’, ‘원주민(indigenous people)’의 차별과 권리 회복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1-5-2. ‘소수인종’은 비교적 최근에 자발적 이민을 통해 자신의 삶의 근거를 정착국가로 옮긴 사람들을 말하며, ‘소수민족’은 역사 속에서 비자발적인 전쟁이나 정복, 조약 등을 통해 다수 사회로 합병된 사람들로, 자신의 영토적 기반과 언어, 문화 등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말한다. 소수민족과 구별되는 ‘원주민’은 국민국가 건설 과정에서 다수집단에 대항하는 의미있는 경쟁자로 인정받지 못한 경우에 해당한다(의미있는 경쟁자이기는 했지만 다수집단에 포함된 경우가 소수민족에 해당).  

2. 성서는 기본적으로 ‘거류민 의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성서가 증언하는 구원의 파노라마에서 인간은 도상에 존재하는 ‘나그네’로 이해되고 있다. 이것은 성서의 신앙 세계를 형성한 주체들의 역사적 경험으로부터 비롯된다.  

3-1. 성서가 증언하는 이스라엘 역사시대의 첫 조상 아브라함부터 태어나 자란 아버지의 집을 떠난다(창세 12:1이하). 이후 이삭, 야곱, 그리고 요셉으로 이어지는 조상들의 이야기 또한 끊임없는 나그네의 여정을 보여 주고 있다(脫/向).
3-2. 성서의 신앙 세계를 형성한 가장 결정적인 사건인 출애굽 사건은 떠도는 나그네로서 히브리인의 억압과 그로부터의 해방의 경험을 응축하고 있다(출애굽기). 이집트에서의 경험은 떠돌이 히브리인으로서 차별과 억압의 경험이며, 그로부터 해방되어 자유를 향해 나아가는 여정 또한 나그네로서의 삶의 여정이다.
3-3. 신명기 26장의 ‘역사신조’(신명 26:5~10)는 그 여정의 의미를 신조의 차원으로 승화하여 기억한 신앙의 전통을 보여주고 있다. 약속의 땅에 이르러 첫 열매를 거둘 때 그 신조를 고백함과 아울러 함께 사는 외국 사람들과 더불어 기쁨을 나누라고 한 것(신명 26:11)은, 나그네로서의 의식이 얼마나 뿌리 깊은 것인지 확인해준다.    

4-1. 그 정신은 구약성서의 여러 법전들, 곧 계약법전(출애 20:22~23:33), 신명기 법전(신명 12~26장), 성결법전(레위 17~26장) 가운데서도 그대로 드러나 있다.
4-2. 계약법전의 약자보호법(22:21~27) 나그네와 과부, 고아를 돌보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신명기 법전은 이자놀이와 관련하여 외국인에 대해서는 유보적(23:20~21)인 측면을 보이기는 하나 외국인에 대한 공정한 재판(24:17)을 규정하고 있고, 성결법전은 기본적으로 “땅은 내 것이요, 너희는 나에게 몸 붙여 사는 이민자요 식객에 불과하다”(25:23)는 정신에 근거하여 종들과 나그네들도 더불어 그 소출을 누리는 안식년(25:6)과 모든 거민을 해방하는 희년(25:8 이하)을 규정하고 있다.

5-1. 출애굽 사건이 성서의 신앙 세계를 형성한 원점이라면 바빌론 포로의 경험은 이스라엘 민족의 본격적인 디아스포라의 삶이 시작되는 계기이자 동시에 문서로서 성서를 형성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국가적, 제의적 정체성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 가운데서 말씀/율법을 통한 정체성을 확보하려는 시도의 핵심에 성서의 편찬 작업이 있었다. 이 점에서 성서는 그 자체로 난민과 유민, 이민 사회의 소산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5-2. 포로기의 경험은 이스라엘 신앙의 세계를 민족적 차원에서 세계적 차원으로 확장시킨 중요한 계기이기도 했다.

6-1. 예수의 하나님 나라의 보편적 의의는 재삼 그 의미를 확인할 필요가 없지만, 예수가 이방인과 만난 일을 전하는 에피소드는 유대의 역사적 지평 안에 있으면서도 그 한계를 넘어선 예수의 삶과 가르침의 의미를 재삼 생각하게 해 준다.
6-2. 시돈 여인과의 만남(마태 15:21~28; 마가 7:24~30), 그리고 사마리아 여인과의 대화(요한 4:1~42)는 유대 정통주의의 한계를 넘어선 보편적 구원의 지평을 보여주고 있다.
      
7. 바울의 인의론(認義論)이 권리가 없는 이방인을 옹호하는 데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누차 역설한 바이다. 그 인의론은 민족적 정체성을 넘어, 그리고 일체의 기득권에 의한 경계를 넘어 구원의 보편적 성격을 역설한 놀라운 신학적 쾌거이다. 그것은 일체의 자격과 업적의 논리를 배격하며, 따라서 그 누구라도 배제되지 않는 새로운 삶의 질서를 형성하도록 요구하는 신학적 대장전이다.  

8. 베드로전서는 그리스도인의 실존을 아예 ‘나그네’와 ‘거류민’으로 비유하고 있다(1:17; 2:11). 스스로를 나그네와 거류민으로 여긴다면 저마다의 일상적 삶의 현실에서 만나는 나그네와 거류민을 자신과 동등하게 대할 수 있지 않겠는가? 나그네와 거류민을 대하는 성서적 교훈의 에토스를, 베드로전서는 그렇게 단적으로 꼬집어 말해 주고 있다.  

9-1. 앞서 말한 여러 형태의 거류민에 대한 차별 현상은 국민국가/주권국가 질서의 한계 안에서 벌어지고 있다. 시민권을 가진 사람들의 범위 안에서 주권은 지고의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시민권이 없는 거류민들에게 주권은 폭력이 되기도 한다. ‘주권의 야만’이 운위되는 지점이다.
9-2. 국민국가를 기본 단위로 하는 오늘의 세계질서 현실에서 그나마 잠정적으로 가능한 대안은 국제적 인권체제를 강화하는 길일 것이다. 한 국가의 문명의 수준은 자국민에 한정되는 인권존중이 아니라 자국민이 아닌 이들에게까지 인권존중의 척도를 얼마만큼 실현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9-3. 대한민국 국가인권위원회는 “대한민국은 인권국가를 지향하며 모든 권력은 국민을 위해 행사된다”는 조항과 차별금지(성별, 종교, 인종, 언어, 출신지역, 장애, 나이, 성적 지향, 학력, 사상, 정치적 의견, 사회적 신분) 조항을 추가하고, 기본권의 주체를 ‘모든 국민’에서 ‘모든 사람’으로 수정한 개헌안을 내놨다(<한겨레신문> 2017.6.27 참조).        
9-4. 그리스도교의 신앙 전통과 그 유산은 국제적 인권체제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리스도교의 복음이 비시민권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면 그것을 진정한 복음이라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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