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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논문/강의 | 시론 | 단상 | 기타 |
사교(邪敎)에 빠진 게 아니면 괜찮은가?
 최형묵    | 분류 : 시론 | 2016·11·26 20:09 | HIT : 812 |
* 참여연대 월간 <참여사회> 201612 원고

사교(邪敎)에 빠진 게 아니면 괜찮은가?

최형묵(천안살림교회 목사)

박근혜ㆍ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그것을 가능하게 한 우리 사회 전반의 구조적 측면과 더불어 종교적 측면을 갖고 있다. 박근혜와 최순실 사이는 그저 오랜 인연에서 비롯되는 친분관계로는 납득할 수 없는 의존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고, 그 배경에는 최태민으로부터 이어지는 종교적 그림자가 짙게 드리어져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미 ‘영세교’ 창시자로 활동하였던 최태민은 육영수 여사 현몽설을 빌미로 청와대를 드낙거리던 1975년 돌연 ‘목사’로 호칭되기 시작하면서 ‘대한구국선교단’과 ‘기독십자군(구국십자군)’을 만들었다. 또한 그는 ‘대한구국봉사단’, ‘구국여성봉사단’ 활동을 펼쳤는가 하면 1977년에 ‘새마음갖기운동본부’를 만들기도 하였다. 박근혜는 그 활동들에 직접 참여하는 한편 그 활동들을 계승함으로써 깊은 관련을 맺었고 최태민의 딸 최순실과는 그 어간부터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였다. 그 일련의 활동들이 당시 박정희 정권이 내세운 반공주의를 매개로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새마을운동과 깊은 관련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판단할 수 있다. 그러니까 특정한 종교의 후광으로 당시 박정희 정권의 통치를 정당화하는 활동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애초 기독교와의 관련성도 불분명하고 신학교육을 받은 것도 확인되지 않은 최태민이 어째서 목사로 돌변하고 마치 기독교를 대변하는 양 행세하게 되었을까? 그것은 박정희 정권의 필요에 따른 술수였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 필요성은 두 가지 차원에서 짐작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당시 기독교가 박정희의 통치를 정당화하는 방편으로 활용하기에 효과적이었기 때문이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당시 누구보다 앞서 박정희 정권에 맞서 저항하는 또 다른 기독교 세력을 제어하기에도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주류 기독교가 반공주의와 성장주의를 그 어떤 세력보다도 신봉하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최태민 ‘목사’의 활약은 그 기독교를 확실한 우군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술수가 될 수 있었다. 실제로 최태민의 활약에 많은 기성 교단의 인사들이 합세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것이 당시 정권에 거세게 저항하는 진보적 기독교의 활동을 무마할 수 있는 방편까지 될 수 있으니 정권의 입장에서는 더 없이 좋은 방안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구도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에 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 점에서 얼마 전 박근혜가 현재의 난국을 헤쳐 나가는 묘안을 찾기 위해 종교지도자들을 청와대로 초빙했을 때 개신교계 인사로 두 사람을 부른 것은 매우 시사적이다. 김삼환 목사는 세월호 사건 당시 부적절한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사람이고, 김장환 목사는 박정희 시절부터 반공을 매개로 정권과 결탁해온 기독교계 핵심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다.

박근혜가 사이비 종교에 빠진 것이 문제이고, 그렇기 때문에 기독교와는 상관없다고 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종교와 정치권력의 부적절한 관계를 가능하게 한 종교적 토양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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