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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자긍심의 근거 - 출애굽기 19:1~6[음성]
 최형묵    | 분류 :   | 2017·08·20 13:12 | HIT : 494 |
2017년 8월 20일(일) 오전 11:00  천안살림교회
제목: 진정한 자긍심의 근거
본문: 출애굽기 19:1~6



지난 주간 일본 교토교구와의 교류프로그램, 그리고 그 가운데 선교협의회를, 여러분의 협력 가운데 무사히 잘 마치게 되어 감사드립니다. 19년의 교류 역사 가운데 제가 본격적으로 관여한 것은 15년쯤 되고, 그동안 진행되어 온 모든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참여했습니다만, 이번에는 특별히 우리 교회를 주요 거점으로 해서 진행된 까닭에 더욱 신경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교회로서도 아마 가장 큰 손님을 맞이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여러분의 협력 덕분에 잘 마치게 되었고, 또 한편으로는 여러분들께서 같이 거들고 참여하여 한일간 교류의 의미를 조금이라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국익이 최우선시 되는 국제적 질서 가운데서, 그래서 갈등과 분쟁이 끊이지 않는 현실 가운데서, 어떻게 하면 사람들 가운데 정의를 이루고 평화롭게 살 수 있을지, 그 뜻을 같이 생각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교류의 기본 취지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교토교구 분들이 한국을 찾을 때는 늘 8.15를 포함한 주간으로 하고 있습니다만, 그렇기에 그 교류의 의미를 더욱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패전’과 ‘광복’, 그 상반되는 의미가 교차하는 시점이기에 교류의 의미가 더 실감날 수밖에 없습니다. 냉혹한 국제적 현실, 한일간의 현실 한 가운데서 두 교구와 노회간의 교류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할지 모르지만, 가랑비에 옷 젖듯이 모르는 사이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으리라는 믿음으로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오늘 함께 읽은 출애굽기 19장의 본문말씀의 의미를 나누는 것은, 엄연한 현실 한 가운데서 과연 무엇이 옳은 길인지 함께 생각하도록 해 줍니다. 나라들 사이에서든, 또는 한 사회 안의 여러 집단들 가운데서이든 어떻게 하면 하나님의 뜻을 구현할 수 있을지, 우리에게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본문말씀은 이집트에서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이 시내산에 이르렀을 때 그 지도자 모세가 하나님으로부터 계명을 받는 이야기의 첫머리에 해당합니다. 본문말씀은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의 선택받은 백성이 될 것이며 나아가 선택받은 백성으로서 감당해야 할 몫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너는 야곱 가문에게 이렇게 말하여라. 이스라엘 자손에게 이렇게 일러주어라. ‘너희는, 내가 이집트 사람에게 한 일을 보았고, 또 어미독수리가 그 날개로 새끼를 업어 나르듯이, 내가 너희를 인도하여 나에게로 데려온 것도 보았다. 이제 너희가 정말로 나의 말을 듣고, 내가 세워 준 언약을 지키면, 너희는 나의 보물이 될 것이다. 온 세상이 다 나의 것이다. 그러므로 너희는, 내가 선택한 백성이 되고, 너희의 나라는 나를 섬기는 제사장 나라가 되고, 너희는 거룩한 민족이 될 것이다.’ 너는 이 말을 이스라엘 자손에게 일러주어라.”
모세가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말씀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께서 세우신 언약을 지키면 하나님이 선택한 백성이 될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온 세상이 다 하나님의 것이지만 그 가운데서도 하나님의 선택받은 백성이 제사장 나라, 거룩한 백성이 될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하나님께서 당신의 백성을 선택하신다는 말씀은 오경 안에서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주제일 뿐 아니라 성서 전반을 통하여 환기되고 있는 주제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특별히 주목해야 하는 조건이 있습니다. 선택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주권에 따른 것이지만(신명기 7:7~8, 몇 주 전 7월 23일 함께 나눈 말씀), 선택받은 백성은 그에 상응하는 몫을 감당하여야 한다는 과제가 주어지고 있는 사실입니다. 이 사실은 그 과제를 감당하지 못하였을 때 하나님으로부터 버림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암시합니다(호세아 1:9, ‘로암미’: ‘내 백성이 아니다’).
이스라엘 역사에서 이 진실이 망각되었습니다. 하나님에게 선택받았다는 사실은 기억되었지만, 선택받은 백성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망각되었습니다. 진실을 진실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기 편한 대로 받아들이는 인간의 실존적 정황을 말해 줍니다.

본문말씀은 분명하게 말합니다. “이제 너희가 정말로 나의 말을 듣고, 내가 세워 준 언약을 지키면, 너희는 나의 보물이 될 것이다. 온 세상이 다 나의 것이다. 그러므로 너희는, 내가 선택한 백성이 되고, 너희의 나라는 나를 섬기는 제사장 나라가 되고, 너희는 거룩한 민족이 될 것이다.”
“내가 세워 준 언약을 지키면...” 선민이 된다고 되어 있습니다. 언약이 무엇일까요? 본문의 문맥으로 보면, 이른바 계약법전을 가리키며, 그 가운데 핵심적인 내용은 십계명(20:1~17)입니다. 그것은 이집트의 억압에서 해방된 백성, 곧 자유민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를 말합니다. 그 어떤 것에도 예속되지 않고 해방된 백성으로서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 지켜야 할 도리입니다. 그 도리는 여러 관계의 차원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크게 보면 첫 번째는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지켜져야 할 도리로서, 소위 종교적 차원을 함축합니다. 두 번째는 인간들 사이에서 지켜야 할 도리로서, 소위 윤리적 차원을 함축합니다. 물론 더 세분화해서 말하면, 인간들 사이에서 지켜야 할 도리는 직접적인 인간관계의 차원과 인간과 사물과의 차원을 동시에 함축합니다. 어쨌든 계약법의 정신은 하나님과 인간들 사이에서 지켜져야 하는 도리와 인간들 사이에서 지켜져야 하는 도리를 분리된 것으로 인식하지 않고 있습니다. 신실한 하나님을 믿는 것과 인간들 사이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정의는 분리되지 않습니다. 성서가 말하는 정의는 그 두 가지 차원이 온전히 이뤄지는 것을 뜻합니다.
그 정의를 이룰 때, 이스라엘 백성은 진정한 선민이 되어 제사장의 나라, 거룩한 민족이 될 것이라고, 오늘 말씀은 선포합니다. 제사장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뜻할까요? 제사장은 하나님과 사람을 가교하는 역할을 맡은 사람입니다. 하나님의 뜻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동시에 사람들의 염원을 하나님께 아뢰는 역할을 맡은 사람입니다. 선민이 된다는 것은 그렇게 하나님의 정의를 온전히 이루는 것을 뜻합니다.
그 진실이 이스라엘 역사에서 망각되었습니다. 다들 하나님이 선택해 주셨다는 사실만 기억하였을 뿐, 진정한 선민으로서 해야 할 도리는 망각하였습니다. 백성의 지도자들, 곧 왕과 제사장들도 그 진실을 망각했고, 수많은 백성들도 그 진실을 망각했습니다. 그 진실이 망각되었을 때 그 진실을 일깨운 사람들이 예언자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예언자들은 제사보다도 정의를 외쳤습니다. 제사에는 열심이지만 정의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이스라엘을 질타했습니다.  

오늘의 현실에서도 그 진실은 망각되고 있습니다. 오늘 이스라엘은 자신들이 선민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억압하고 있습니다. 민족들간에 이뤄야 할 정의와 평화의 사명을 망각하고, 정의와 평화를 파괴하고 있습니다.
오늘 구원 받은 무리로서 선민이라고 생각하는 많은 그리스도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교회가 이익집단이 되어 버리고 권력집단이 되어 버렸다는 것은 더 이상 새삼스러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밤낮으로 기도하고, 시시때때로 하나님을 섬기는 예배를 드리는 교회가 그렇게 되어 버렸습니다. 저 지난 주간 토요일 수련회 때 강사 목사님께서도 말씀하셨지요? 목욕탕에서 대야 하나 내주지 않은 장본인이 바로 기도원에서 기도를 마치고 돌아온 교회 권사였다는 에피소드 말이지요.  

오늘 말씀은 분명히 선포합니다. “이제 너희가 정말로 나의 말을 듣고, 내가 세워 준 언약을 지키면, 너희는 나의 보물이 될 것이다. 온 세상이 다 나의 것이다. 그러므로 너희는, 내가 선택한 백성이 되고, 너희의 나라는 나를 섬기는 제사장 나라가 되고, 너희는 거룩한 민족이 될 것이다.” 언약을 지키는 백성이라야 하나님의 선민이 되는 것입니다.

이 말씀을 대하면서, 한 민족이나 나라이든, 또는 그리스도인으로서 교회이든, 그 구성원으로서 진정한 자긍심의 근거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새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8.15 광복절을 맞이하는 시기이면 새삼 떠오르는 말씀이 있습니다. 백범 김구 선생님의 말씀입니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지금, 인류에게 부족한 것은 무력도 아니오, 경제력도 아니다. 자연과학의 힘은 아무리 많아도 좋으나 인류 전체로 보면 현재의 자연 과학만 가지고도 편안히 살아가기에 넉넉하다. 인류가 현재에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한 때문이다. 이 마음만 발달이 되면 현재의 물질력으로 20억이 다 편안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이 정신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서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백범 김구 선생의 <나의 소원>의 한 대목으로 익숙한 말씀이지만, 새기고 새길수록 명문이오, 진정으로 위대한 비전이라 생각합니다.
우리의 현대사는 그 뜻이 좌절되었던 역사였습니다. 경제력은 갖추었지만, 분단과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오랫동안 권위주의가 지배하고, 그 가운데서 사람들의 일상적 삶은 피폐해졌습니다. 가장 낮은 출산율, 가장 높은 자살율은 지금까지 한국인의 삶의 실상을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습니다.
그나마 부끄럽지 않은 것은 그 가운데서도 민초들의 위대한 생명력이 지속되어 왔다는 것입니다. 그 질긴 생명력이 위대한 선각자들이 꿈꾸었던 그 꿈을 실현하는 밑바탕이 되고 있기에 우리는 그나마 자긍심을 갖고 있습니다. 지난 5월 10일 대통령 선거가 끝났을 때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기사는 이렇게 평했습니다.  
“한국은 민주주의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전 세계에 보여줬다.” “서구가 자유민주주의의 위기와 해로운 민족주의의 부흥으로 절망에 휩싸여 있을 때, 한국은 민중의 힘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방금 전했다.” “감동적인 이야기다. 특히 미국의 지원을 받고 있던 독재정권을 갓 80년대말에 민주주의로 교체한 나라란 점에서 그렇다.”
대통령이 8.15광복절에 백범 선생의 묘소를 찾은 것도 처음인데, 이 나라가 어떤 가치를 지향해야 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서 매우 의미심장합니다.

우리의 자긍심의 근거는 다른 어떤 것일 수 없습니다. 이 땅에 정의를 이루고, 평화를 이루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인으로서 정체성을 분명히 의식하고 있다면, 그리고 그것으로 어떤 자긍심을 갖고자 한다면, 그 진실을 깊이 새겨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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